연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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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 질 무렵 준과 현진이 공원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. 가을이 시작될 시기라 바람이 제법 싸늘했다. 준이 현진을 살피다가 말했다. [괜찮아요? 이제 가요] [조금만 더 있다가 가. 정신없이 산다고 이렇게 해지는 광경을 본 적도 없었네] 준이 현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현진이 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왔다. [어렸을 때 꿈이뭐였어?] 뜻밖의 질문에 준이 현진을 바라보다 말했다. [영화감독이되고 싶었어요] 현진이 고개를 들어 준을 바라봤다. [그럼 맞게 가고 있는 거네? 영상 일 하고 있으니까] 준이 미소를 지었다. [그런셈이네요. 꿈이 뭐였어요?] [나? 나는, 엄마 아빠가 생기는 거?] 현진의 말에 준의 코가 시큰거렸다. [그거 말고, 되고 싶었던 거요] 현진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게 뭐였는지 생각했다. [화가가 되고 싶었어.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께서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러셨어. ‘ 이거 네가 그린 거 맞아?’ 전국 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. 그게 내가 받은 학창 시절 유일한 상이야] 현진이 소녀처럼 미소를지었다. [수술하고 나면 그림 그리는 거 시작해요] 현진이 웃었다. [내가? 화가도 아닌데?] [화가가 아니면 어때요? 그게 뭐가 중요해요? 그냥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 되지]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도 했다. [그러네] (26쪽)